얼마 전부터는 매매일기를 쓰는 대신, (일반 상식의 범주에서) 투자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 글을 올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네요. 이번이 벌써 두 번째입니다. - 1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행동주의 경제학에 대해 소개하는 짧은 글이었고, - 2편인 이번 글은 현대통화이론에 관한 글입니다.
길고 복잡한 얘기를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쓰려다 보니, 약간의 비약이나 인과관계의 허술함이 있습니다. 제 글에서 빈 부분은 여러분의 검색 능력과 지적 호기심으로 채워주시길 바라며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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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라는 말은 모두 많이 접해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이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서 국채를 매입하여 시중에 현금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입니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화폐를 '교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양적 완화에 대해서 '이건 경제이론이나 정책이 아니라, 그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민감한 정치적인 논란거리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와 같은 양적완화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MMT에 따르면 화폐의 발행 목적을 조세 징수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화량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얼마든지 화폐의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론입니다. 즉, 화폐는 정부의 재정지출로 창출되고 조세 징수를 통해 폐기된다는 것이죠.
어떻게 좀 이해가 되시나요? 아니면 말이 좀 이상한가요? 미안하지만 여러분이 이해를 하든 말든,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 하나는 우리가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침체기 이래로 현재까지 무제한 양적완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미국은 경제위기 때 마다 양적완화로 이를 극복해냈습니다.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그런 건 정부 입장에서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강력한 화폐 발권력을 소유한 정부에서는 시중에 화폐가 너무 많다 싶으면 조세 정책을 통해서 언제든지 화폐를 회수하고 국채를 다시 사들여서 화폐를 폐기해버릴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현재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에서 하고 있는 일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해, 지구촌이 한 마음이 되어 몹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 조세 징수는 국가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가요? 설마요. 국민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 사이에 한국전력의 부채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죠. - 금융자본주의 국가라고 알려진 미국에서 조차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개입 없이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 미국 중소은행 파산 이슈에서 가장 논란이 된 점이기도 합니다.
그럼 개론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좀더 살펴보도록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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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T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바로 일본입니다. 거대한 침체의 기로에서 일본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국채 발행하고, 중앙은행에서는 국채를 매입해서 현금을 살포했습니다. 결국 일본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고, 이는 기준 금리 인하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의 기준 금리는 -0.1%가 된 것이죠.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 보면 이는 굉장히 혐오스러운 현상입니다.
한편, 정부에서 계속해서 채권을 발행하기만 하면 누가 일본국채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수익률곡선통제(Yield Courve Control, YCC) 입니다. 이는 채권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 중앙은행에서 채권의 매입과 매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수익률을 특정 범위(-0.1 ~ +-.1) 내에서 통제하는 정책입니다. 즉, 채권 금리를 0으로 만드는 것이죠; 벤 버냉키의 작품이기도 합니다ㅎㅎ
그 결과, 일본은 길고 긴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의 해결책이라고 보았던 양적 완화를 시행하였으나,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이게 된 셈이죠. 비록 일본이 제로금리와 엔화 약세를 통해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뜻밖의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거래입니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의 대외소득수지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를만큼 엄청나게 성장했는데요. 지난 10년간 무려 300% 가까이 성장했으며, 대외순자산의 규모는...(이건 자료를 찾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냥 30년 가까이 세계1위 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채 보유국 1위가 되었죠. 사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가 얼마인지는 아무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합니다. 다만, 알려진 바로는 네덜란드는 GDP의 9.5%, 호주는 GDP의 8.3%, 프랑스의 경우도 엔화 투자자가 보유한 자산이 GDP의 7.5% 정도라고 합니다.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계속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요.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본이 YCC 정책을 폐기하고 기준 금리를 인상할까봐 엄청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제 오늘은 엔화 강세가 이어진다는 뉴스가 들리고 있는데요. 이건 정말 시한폭탄입니다.
만약 일본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일단 엔화 강세가 예상되겠죠. 그러면 해외에 투자한 많은 자산을 엔화로 교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 이런 현상을 우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고 말하며, 예를 들어 미국채 매도 물량이 쏟아질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 결과적으로 달러 가치는 하락하게 되며 동시의 채권 금리는 상승하게 되겠죠.
즉, 물가는 다시한번 상승할지도 모르고 기준 금리를 낮추기는 커녕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아직 벌어진 일이 아니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국제 경제 뉴스를 접하다 보면 올해 가장 핫한 이슈는 '일본의 기준 금리 인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난 2월 14일 일본 정부는 일본은행의 신임 총재로 '우에다 가즈오'를 지명했습니다. 취임식 때 '금융정책을 정상화 하겠다'라는 말을 했더랬죠. 일본 금융정책의 정상화가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까지 아무도, 잘 모릅니다. 어쨌거나 일본의 벤 버냉키라 불리는 사람이기도 하고, 일본의 기준 금리 인상은 미국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냥 조금 무섭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조금 행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신기한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요^^) 그리고 어쩌면...어쩌면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헤어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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